스토리펀딩

이런 변호사들도 있구나

인상이 그리 근사하지는 않았습니다. 인권 활동을 전업으로 하는 변호사단체에서 홍보담당자로 근무하게 되었을 때 마침 드라마 <굿와이프>가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었거든요. 드라마에 푹 빠져 있던 탓인지 변호사라 하면 말끔하고 세련된 도회적 이미지부터 떠올렸죠.

하지만 그건 그저 내 상상일 뿐. 유행 지난 티셔츠와 구겨진 면바지 차림, 낡은 운동화에 끈을 단단하게 묶은 소탈한 모습. 아침에 일어나 바로 출근할 수도 있는 단순한 헤어스타일도 늘 한결같죠. 그렇게 첫인상부터가 드라마 속 변호사들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원래 서로 알던 사이는 아니었다고 했습니다. 서로 하고 싶은 일이 닮아서 각자 걷던 길이 한 곳에서 만나고, 결국 책상을 나란히 붙여놓게 되었다 했습니다. 그런데 오래 같은 일을 해서 그런지, 서로 참 닮았습니다. 어딘지 허술하게 보이고, 가끔 엉뚱하고, 괜히 잘 웃는 성격까지.

그렇습니다. 이 사람들의 직업은 흔히 말하는 '인권변호사'입니다. 부당한 일을 겪고 인권을 침해당한 사람들을 찾아가 그들 편에 서는 사람들이죠.

이런 직업이
왜 생겨난 거야?

'사람으로서 누려야 할 마땅한 권리'

초등학교 학습지도서에 나와 있는 '인권'에 대한 설명입니다. 명쾌하고 지당하죠. 하지만 과연 그런가요? 이렇게 어릴 때부터 배우는 인권이지만, 말처럼 누구에게나 주어지지는 않습니다. 인권변호사는 이런 불편한 진실이 만들어 놓은 '극한 직업'입니다.

평소 맞서야 하는 상대도 막강해서, 대개가 정부이거나 대기업, 재벌들입니다. 쉬운 싸움은 없죠. 편견을 가진 사람들을 상대할 때도 무척 힘겹습니다. 하지만 기죽지 않습니다. 정부나 기업보다 더 힘 있는 존재가 사람이며, 마땅히 존중받아야 하는 것이 인권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정부나 기업의 지원을 받지 않습니다. 인권침해 피해자들과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오로지 풀뿌리 후원을 받아, 권력에 흔들리지 않고 일하자는 것. 희망법의 소중한 원칙입니다.

인권변호사들 꿈은
인권변호사를 그만두는 것

인권이 침해되지 않고 모두가 평등한 세상이 되면, 그래서 모두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세상이 오면, '인권변호사'라는 직업은 필요 없을지도 모릅니다. 인권변호사의 꿈은 아마도 인권변호사를 그만두는 것이 아닐까.

짧지 않은 민주화의 역사 속에서도 아직 완성하지 못한 평등과 인권의 퍼즐을 맞추고 있는 이 변호사들의 일상이 무척이나 고단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오늘도 이 사람들 표정은 무척 당당하고 밝습니다. 점심값도 아끼고 회의시간도 단축하고, 게다가 서로 더 친해지니 얼마나 좋으냐며 매일 사무실에서 직접 점심밥을 지어먹은 이 사람들, 오늘은 반찬이 뭘까 궁금해하는 모습이 또한 참으로 천진합니다.

자, 이제
9명의 인권변호사들을
한명씩 만나볼까요?

지금부터 우리 사회의 인권이야기를 시작하려 합니다. 어떤 경우는 부끄러운 현실이 그대로 드러날 것이고, 어떤 경우는 밝은 희망을 말할 것입니다. 답답하고 안타까운 이야기도 있고, 통쾌하고 자랑스런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 모든 이야기들에 공통점이 하나 있다면, 바로 지금 우리들의 이야기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가 인권에 대해 한번쯤 생각해볼 기회를 갖는다면, 그것으로 이 프로젝트가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가 이루어졌다는 뜻입니다.

*리워드 : 4회(4개월)후원 지속시 리워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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